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엄마/내가 읽은 책

<영원한 외출> 아빠가 보고싶어 지는 이야기

반응형


영원한 외출

저자 마스다 미리

출판 이봄

발매 2018.12.17




오랫만에 책을 선물받고는 신이 나서 한권을 뚝딱 읽었어요.  


책이 가볍고 표지가 귀여웠다. 아이들이랑 있다가도 잠깐씩 읽기 좋겠다 싶어서 시작했는데, 


책 뒷면에 리뷰들을 미리 읽어볼것을. 그럼 마음의 준비라고 하지.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읽는 내내 마음을 아련하게 먹먹하게 그리고 눈가가 빨개졌다 가라앉기를 반복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작가의 아빠와 죽음과 그리고 가족이 우리의 곁을 떠난 후의 이야기라고 하면 좋겠네요. 


특히나 엄마아빠와 멀리 살고 있어서 부모님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련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엄마아빠가 더 보고싶고, 언젠가 나에게도 다가올 가족의 떠남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준비한다고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멀리 있어서 그랬다는 핑계로 마음에 남지 않아야겠죠.. 



​저희 아빠도 작가의 아버지처럼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면이 닮은 것 같아요. 


우리는 서울에 살았지만 아빠는 건설회사에서 일하셔서 춘천으로 제주도로 저의 학창시절동안 주말에만 집에 오시곤 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아빠가 주말에 집에 와서 거실과 TV를 차지하고 있으면 삐죽대기도 했던 철없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네요. 


아빠가 TV를 보다가 잠들수 밖에 없었던 건, 오랜시간 타지생활로 TV를 보다가 잠이 드는게 일상이 되었던 이유는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되었어요. 


어른이 되어서 회사를 다니고, 부모가 되어서야 아빠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알게 되었네요. 


가족들을 먹여살리려 애쓰는 남편을 보면서 우리 아빠를 생각해봅니다. 


소재는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마스다 미리는 너무 슬프지 않게 강약조절을 잘 해서 풀어낸 것 같아요. 


아빠가 돌아가셨다니 엉엉 울어도 괜찮을 법한 내용이지만, 


눈시울이 붉어지긴 해도 담담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필체는 조용하게 마음의 위로가 됩니다. 


가족의 죽음은 결코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받아들이고 또 남은 가족과 추억하며, 또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읽혀지는 책이예요. 


꼭 아빠의 이야기는 아니예요. 가족에 대한 따뜻한 에세이가 읽고 싶다면, 마스다 미리의 <영원한 외출>을 추천합니다. :)



무언가를 처분했다고 해서 추억을 잃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늘 밤, 내가 집에 갈 때까지 살아서 기다려주길 바랐다.


엄마와의 전화를 끊은 직후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신칸센에 흔들릴 무렵에는 그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이것은 아버지의 죽음이다. 아버지의 인생이었다. 누구를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 개인의 아주 고귀한 시간이다. 날 기다려주길 바라는 것은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다.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한편으로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생각하는 나도 있었다. 



고인과 사연이 있는 음식에 반응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확실히 살아 있다. 살아서 무언가를 먹고 있다. 


그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분인지도 모르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