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엄마/내가 읽은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반응형



2019년 2월에 발매되었는데 아직까지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소개합니다. 

저는 여름즈음에 읽었는데 기록남기기는 이제야 하게 되네요. 

그동안 책을 그래도 몇권쯤은 읽었는데 이상하게 리뷰 남기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재미있었다" 라는 말밖에 떠오르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손놓고 있다가, 글은 자꾸자꾸 써야된다고 해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기록을 남겨봅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엄청 재미있게 읽었어요. 

작가 두명 모두 글솜씨가 아주 수려하지만 저는 특히 김하나 작가의 왕팬이 되었습니다. 

사실 책을 읽어보면 별 이야기도 아니예요. 쉽게 말하면 친구 두명이 같이 재미있게 사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왜 베스트셀러에 이렇게 오랫동안 올라 있을까요. 

왜 저는 여름 즈음에 읽고 한번 더 읽고 싶을까요. 




뭔가 고전과 인문 또는 과학이나 경제의 지혜를 주는 책은 아니지만, 그냥 우리 삶에 작은 즐거움들을 보여주는 이야기인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저의 생활과는 많이 다르기에 더 재미있고 또 한편으로는 살짝 부럽기도 한 싱글라이프이기도 했구요, 

어떻게 친구가 되어가고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맞추어가는 스토리들이 작가들의 아주 수려한! 글솜씨를 통해 재미있게 나옵니다. 

빨리 다 읽어지는게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요. 


그러면서도 친구와 가족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게 하구요, 

마냥 재미있기만 한건 아니예요. 감동도 주는 그들의 사는 이야기입니다. 


사는게 중요하잖아요? 남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하기도 하구요. 그럴때 재미있게 한번 읽어봄직한 책입니다. 




147p.

나중에 심리학에서 나같은 사람의 애착관계 형성 양상을 회피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걸 알았다. 공격적으로 말하기보다 무드럽게 둘러서 얘기하고, 마찰이 생길라 치면 상황을 외면해버리기에 독립적이고 쿨해 보이는 이런 사람들은 실은 비겁한 부류다.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하지 않은 척하고, 부딪히기 싫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척하는, 인격이 성숙해서 잘 안 싸우는 사람이 전혀 아니라, 오히려 미숙해서 잘 못 싸우는 사람에 가까웠던 거다. 다투더라도 기분이 생했을 때 내 집으로 돌아와 동굴같은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함께 사는 사람과  싸운다는 건 도망갈 곳이 없어진 거다. 지금까진 누구와의 갈등도 이렇게까지 깊게 제대로 해결할 필요까진 없었다면 이제 절벽을 뒤에 둔 느낌으로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한다. 제대로 잘 싸워야 한다. 


201p.

사람은 맛이 있느냐 없느냐를 감벽하는 사람이 아니다. 비평할 자격이 주어지는 건 음식에 돈을 지불할 때밖에 없다. 그 경우에만 음식에 비해 가격이 적정한지 말할 자격이 생긴다.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은 순수한 호의에서 비롯한 고귀한 행동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다. 누군가 나를 위해 시간과 수고를 들여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익히고 그릇에 담아서 내어준다. 그 음식은 내 몸속에 들어와 피와 살을 만들고 나를 살아 있게 한다. 세상에 이것보다 고마운 일이 또 있을까? 고마운 마음을 갖고 먹는 음식은 맛있다. 단순한 진리다. 또 하나의 단순한 진리가 있다. 얻어먹었으면 고맙다고 말하고 뒷정리와 설거지를 하라. 이 또한 고마운 마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질 일이다. 


295p.

호의. 이게 '원래의 마음'아닐까? 관습과 가족 관계와 책임과 의무로 짓눌려버리기 이전의, 좋아하는 친구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갖는 친근한 마음. 내 자식과 함께 사는 친구에게 잘 대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이 나라 모든 며느리, 사위, 장인장모, 시부모들에게도 원래의 마음은 이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왜곡없이 이 원래의 마음만을 그대로 유지한 채, 열무김치와 고기를 넙죽넙죽 받아 먹는 우리가 역시 위너인 것 같다. 

반응형